통영 충렬사, 충무공 이순신 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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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트에서 다뤘던 참도와 함께 충렬사 팔사품을 이루고 있는 칼이 귀도(鬼刀)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귀도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귀도는 말 그대로 귀신 형상의 병부(손잡이 끝)를 가진 칼을 가리킵니다. 칼은 권력이나 명예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은데, 특히 이런 류의 칼들엔 병부에 화려한 장식이 붙는 경우가 많지요. 병부에 용머리가 새겨진 태조 이성계 어검이나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귀족들이 의장용으로 사용한 칼들이 이러한 식입니다.
이 칼 역시 비슷한 의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칼들은 도독의 좌우에 영교(營校 - 사령본부의 장교) 2명이 어깨에 메고 서서 도독 호위에 사용하는 칼이라고 전해집니다 - 물론 실전성은 거의 없고, 의전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칼의 전쟁사적인 의미를 읽어내는 것보다, 모습 자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체적인 모습입니다. 칼길이 146cm. 칼날폭 4.8cm. 칼날이 짧은 대신 손잡이와 손잡이 장식이 굉장히 큽니다. 칼 머리 장식 부분은 박달나무로, 칼집은 오동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무로 베이스를 만든 다음 종이로 싸서 단청으로 채색해서 알록달록한 색상을 냈습니다.
특유의 칼머리(병부) 장식을 확대해 보았습니다. 단순히 귀신이 형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실제로는 모두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병부 끝에 장착되어 있는 용머리(龍頭), 용머리가 빼문 혀에 붙어 나온 귀모(鬼母), 마지막으로 귀모 아래 매달려 있는 귀자(鬼子) 형상입니다.
칼집의 끝부분입니다. 이 칼은 전체적으로 단청 채색을 해서 용비늘 문양을 새겼는데, 이 사진을 보시면 어떤 식으로 채색되어 있는지 좀 더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칼날 부분입니다. 의장용 칼인 만큼, 칼날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사진을 확대해 보시면 혈조가 살짝 굽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점이 칼날에서 약간 특이한 점입니다. 칼날과 칼집을 찍은 사진에서 참도에 찍혀 있는 동백꽅 문양(?)이 찍혀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합니다.
칼의 코등이. 은으로 도금해서 만든 문양이 박혀 있다는 점에서 참도와 동일합니다만, 귀도 쪽이 좀 더 화려합니다. 그 외에는 일본도에서 주로 보이는 궤혈이 두 개 뚫려 있는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특이하고 재미있는 도검입니다. 통영에 있기 때문에 직접 가지 않으면 보기 힘들고, 또 도검 전시회 같은 데에도 잘 안나온다는 게 아쉽네요. 어떻게 된 일인지 충렬사에 보관된 귀도와 참도는 도검 관련 도록에도 잘 보이지 않는데, 명색이 이순신 장군의 검이라는 칼들인데 너무 푸대접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분들이 사진으로나마 이 칼들을 만나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
덕분에 귀한 자료 보게되네요 감사합니다^^
p.s: 저 차단이 되네요;;;
밥탱구리(http://vndfbfkd.tistory.com)입니당
엇, 차단이라뇨?;;
이충무공의 귀도와 참도가 별반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1. 충무공 사후에 중국에서 도착했기 때문에 실제로 충무공이 사용하지 않았고, 2.실전용이 아닌 의전용도검이며, 게다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한국의 군사사분야 연구자들에게 별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3. 귀도와 참도를 부각시키면, 상대적으로 이순신장군이 중국의 제후국인 조선에서 중국 황제로부터 상을 받았기에 대단한 인물로 칭송받았다는 시각을 대외적으로 줄 수도 있습니다. 구태여 팍스시니카에 힘을 보태줄 필요는 없지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다만 마지막 세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이순신을 소중화적 영웅으로 추앙하던 조선 후기의 분위기에 비추어 봐서는 당시에는 오히려 지금에 비해 부각된 유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물론, 요즘은 아니겠습니다만…)
숙종대 이후 조선 왕조가 이순신을 조선과 명나라의 긴밀한 관계를 상징하는 인물로 추앙받아온 내력에 대해서는 노영구 서울대 연구원의 <역사 속의 이순신 인식>에서 잘 설명하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