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충렬사, 충무공 이순신 참도

이전 포스트에서 다뤘던 참도와 함께 충렬사 팔사품을 이루고 있는 칼이 귀도(鬼刀)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귀도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당 내부에 있는 팔사품도 병풍. 명나라 신종이 이순신에게 하사했다고 전해지는 8종 15점의 하사품을 그린 것으로, 제 187대 신관호 통제사가 그렸다고 전해진다. http://www.flickr.com/photos/gorekun/3230072661/in/set-72157608840784550/

귀도는 말 그대로 귀신 형상의 병부(손잡이 끝)를 가진 칼을 가리킵니다. 칼은 권력이나 명예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은데, 특히 이런 류의 칼들엔 병부에 화려한 장식이 붙는 경우가 많지요. 병부에 용머리가 새겨진 태조 이성계 어검이나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귀족들이 의장용으로 사용한 칼들이 이러한 식입니다.

이 칼 역시 비슷한 의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칼들은 도독의 좌우에 영교(營校 - 사령본부의 장교) 2명이 어깨에 메고 서서 도독 호위에 사용하는 칼이라고 전해집니다 - 물론 실전성은 거의 없고, 의전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칼의 전쟁사적인 의미를 읽어내는 것보다, 모습 자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귀도(鬼刀)

전체적인 모습입니다. 칼길이 146cm. 칼날폭 4.8cm. 칼날이 짧은 대신 손잡이와 손잡이 장식이 굉장히 큽니다. 칼 머리 장식 부분은 박달나무로, 칼집은 오동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무로 베이스를 만든 다음 종이로 싸서 단청으로 채색해서 알록달록한 색상을 냈습니다.

귀도(鬼刀) - 병부 장식

특유의 칼머리(병부) 장식을 확대해 보았습니다. 단순히 귀신이 형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실제로는 모두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병부 끝에 장착되어 있는 용머리(龍頭), 용머리가 빼문 혀에 붙어 나온 귀모(鬼母), 마지막으로 귀모 아래 매달려 있는 귀자(鬼子) 형상입니다.

귀도(鬼刀) - 칼집끝

칼집의 끝부분입니다. 이 칼은 전체적으로 단청 채색을 해서 용비늘 문양을 새겼는데, 이 사진을 보시면 어떤 식으로 채색되어 있는지 좀 더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귀도(鬼刀) - 칼날

칼날 부분입니다. 의장용 칼인 만큼, 칼날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사진을 확대해 보시면 혈조가 살짝 굽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점이 칼날에서 약간 특이한 점입니다. 칼날과 칼집을 찍은 사진에서 참도에 찍혀 있는 동백꽅 문양(?)이 찍혀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합니다.

귀도(鬼刀) - 코등이

칼의 코등이. 은으로 도금해서 만든 문양이 박혀 있다는 점에서 참도와 동일합니다만, 귀도 쪽이 좀 더 화려합니다. 그 외에는 일본도에서 주로 보이는 궤혈이 두 개 뚫려 있는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특이하고 재미있는 도검입니다. 통영에 있기 때문에 직접 가지 않으면 보기 힘들고, 또 도검 전시회 같은 데에도 잘 안나온다는 게 아쉽네요. 어떻게 된 일인지 충렬사에 보관된 귀도와 참도는 도검 관련 도록에도 잘 보이지 않는데, 명색이 이순신 장군의 검이라는 칼들인데 너무 푸대접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분들이 사진으로나마 이 칼들을 만나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