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 Gabrielle “Coco” Chanel
Fashion is not something that exists in dresses only. Fashion is in the sky, in the street, fashion has to do with ideas, the way we live, what is happening.
패션은 복장에만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패션은 하늘에도 거리에도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이자 늘 새롭게 일어나는 그 무엇이다.
- Gabrielle "Coco" Chanel
샤넬의 말이 유난히 돋보이는 게, 상품 그 자체보다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게 요즘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 mp3 플레이어는 아주 성능이 좋습니다."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mp3 플레이어를 쓰고 저 옷을 입으면 멋져 보일 겁니다." 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Hello World" 도 못 짤 것 같은 늘씬한 아가씨들이 황금색 VAIO 랩탑이나 맥북에 수백만원을 쏟아붇는 게 더 이상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심지어 "옷 따위에 돈을 쓰느니 책 한 권 더 사겠다" 던 고어핀드도 이런 아이템에는 눈이 돌아간다. 단순한 랩탑, 단순한 수첩이라면 이런 대접 받기는 힘들다.
시대가 이렇다보니, 휴대폰 회사가 프라다 같은 명품 회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거나 하는 일은 흔한 일1이 되었다. 라이프스타일하고 가장 연관이 깊은 게 패션이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심지어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경우는 96년 이후 각종 패션 행사를 후원하며 여기에 자기네 자동차들을 전시하기도 한다. 공돌이 냄새 나는 기계 장사보다 멋진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합류하고 싶은 것이다. 자동차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 9월 열렸던 뉴욕 패션 워크의 후원자 중에는 올림푸스 카메라, 시멘스 모바일 폰, 심제어 맥도날드도 있었2다. 잘나가는 멋쟁이들이 2달러짜리 맥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진이 인터넷에 뿌려진다면... 그게 얼만가?
카메라든 자동차든 커피든,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미지를 벗고 뭔가 멋진 이미지를 풍기고 싶어 안달하는 세태를 보다 보면, 패션은 옷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샤넬의 말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저게 수십년 된 발언이라는 거.
+연관글: 마카오 스타벅스에서 (2008.05.05)
ps) 코코 샤넬에 대한 책들을 뒤지면서 정확한 출처를 찾으려고 애썼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보그" 같은 패션 잡지에 쓴 글이 출처가 아닌가 하는데,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정확한 출처를 아시는 분은 알려 주시길.
ps2) 가운데 아이팟 나노 5g 사진은 본격 염장 맞음(우쭐우쭐).
우리가 Fashion이라는 단어를 일반적으로 저쪽 업계에 한정해서 사용해서 신선하게 들리는 것일 뿐, 코코 샤넬의 설명 자체는 단어를 그대로 풀어낸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슷한 예로 시오노 할머니의 “남자들에게”라는 에세이 중 서구에서 Style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글을 읽으신다면 샤넬의 정의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한 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Yes. ‘Design matters’. It really is.
아무래도 사람의 감성을 움직이는 데 있어서 “디자인” 혹은 “패션” 만큼이나 확실한 게 없다는 점이 이러한 상황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나아가자면, 브랜드에 이야기를 붙이는 것도 요즘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관 포스트에서 다룬 것처럼, 현실의 다른 이미지를 적절히 차용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스타벅스 같은 예도 있겠죠.
관련해서 http://www.yes24.com/24/goods/3510877 이런 책도 나오고 있는데, 언젠가 주변 지인들이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기회를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D
저는 빠쇼너블한 기타만 보면 뻑갑니다.
하하, 저도 넥타이나 필기구를 좋아해요.
저도 그렇기 때문에 아이폰(또는 아이팟터치)을 원하나 봅니다.
…유명 블로거분들이 아이폰(역시 아이팟터치)을 다루시는 걸 보고.
사실 블르고스피어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아이팟 터치의 다양한 기능들, 그리고 애프리케이션들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상당수는 애플이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재미없는 MS스러운 이미지 그런 거 말고)을 추종하거나,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추종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그게 나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세계는 그렇게 크게 안 변하기 때문에 그렇수도…그나저나 멋집니다 아이팟 +_+)
인간사회가 기본적으로 크게 변하지는 않습니다만, 샤넬이 저 말을 할 시점에서는 아직 상품 ≒ 기능이었을 시기였으니까 지금처럼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경우는 상당히 희귀했겠죠. 그런 사소한 변화를 예리하게 잡아낼 수 있는 게 고수의 기본 자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팟 터치는, 다음 주 중으로 빌려드리죠. 솔직히 만보계 기능하고 사진기 기능, 라디오 기능은 저도 아직 안 써봤어요 :)
전 단지 옷을 원합니다. 제나이에 맞고 즐겁게 입을 수 있는 옷을….
23살이나 되서 옷도 내마음대로 살 수 없다니…
/애도
넌 왠지 저거보단 레고블럭으로 된 MP3에 더 뻑갈(?)거 같은데..
솔직히 요즘은 커다란 다이어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A5 정도 크기의 공책을 좋아하는데, 복학하기 전에 좀 괜찮은 걸로 장만하고 싶어서요.
* 레고는 1년에 두 개 정도 삽니다.
요즘 비대칭성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데,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심장은 새로운 것과 진부한 것이 만들어내는 비대칭성과 결국은 돌고도는 복고주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팟을 둘러싼 지적들이 많이 와 닿내요.
아무래도 아이팟만큼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item은 흔치 않지요.
아이팟의 인터페이스는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유저 친화적 인터페이스가 아닌, 인터페이스 친화적 유저를 요구하는 특이한 조작감이더군요;), 디자인 하나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런가요? 전 아이팟이 한 번에 손에 붙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