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미술관 – 일본도가 포함된 무기 좌대(A Weapon 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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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암스테르담 여행기2005.08.13)의 토막글이며, 2005년 북유럽 여행의 일부입니다. 태그를 클릭하시면 전체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5년 8월 13일 오후 1시 30분
네덜란드 - 암스테르담
17세기 네덜란드의 해군 제독이었던 코르넬리어스 트럼프Cornelis Tromp는 당대의 다른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병장기를 수집하는 아주 나이스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의 수집품 중 하나가 국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아이템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여러 모로 재미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입니다. 사진의 무기 좌대(Weapon Rack)는 1680년경 Java섬 북부에 살던 화교 장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대항해시대 이전부터 중국 남부 - 말라카 - 인도 - 동아프리카로 연결되는 인도양 교역로는 실크 로드와 함께 동서양을 잇는 중요한 교역로였습니다.
많은 중국인들이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는 만큼 여기에 동반해서 살아가는 중국인들1도 많았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1600년경 마닐라가 있던 루손 섬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2만 5천 명에 달했다고 하니 지금 기준으로 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교역에 종사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 작품은 그 중 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또 재미있는 것은 좌대 아래쪽에 걸려 있는, 일본도의 영향을 짙게 풍기고 있는 칼 세 자루. 13~14세기 왜구의 등장 이후 일본도는 동아시아 전역에서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소림무승 출신 명나라 장수 척계광 이래 일본도는 명나라 군대의 정식 장비로 채용되었고, 중국 내에서 생산도 이루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명성이 동아시아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직원 피터 반 덴 브루케가 남긴 기록에는 인도 소국의 왕 말리크 암바Malik Ambar에게 일본도를 선물했더니 아주 좋아하더라는 기록이 나옵니다. 적어도 인도에 거주하는 네덜란드 상인은 일본도의 명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러면 인도와 일본 사이의 교역로에 위치한 동남아시아에서도 그 명성은 상당했을 거라는 추론을 할 수 있겠죠.
전체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유물입니다. 아아, 이 전시물이 1층에선 제일 좋았어요 :)
참고문헌
주경철, <문명과 바다>, 산처럼,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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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쓸 물건을 만드는 장인이나 경호 업무를 담당하는 무사, 무역 관련 사무직이나 통역 등. ↩
오오, 예쁘네요. +_+
텍스트큐브에서 작성된 비밀 댓글입니다.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__)
매우 흥미로운 전시물이군요.
저도 직접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언젠가 암스테르담 가실 기회가 있으시면 꼭 가서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