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QUE

상투와 총

질문 하나: “한 사회의 법과 정책은 그 역사와 문화에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1. 윈체스터 1873년형. (*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39887688@N02/5099468011/) “미국 가면 몸조심 잘해라. 미국은 그렇게 총이 많다며?” 아직 한국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출국 준비를 하면서 아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나오는 걱정은 한결같았습니다. “총 조심해라. 밤 늦게는 나가지 말고.” 아무래도 제가 가는 곳이 총으로 유명한 텍사스라서 […]

사적 욕망의 경제학

1.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의 요소가 작용한다. 첫째는 대상 재화나 서비스의 필수 여부다. 예를 들어, 우리는 경매에 붙여진 미술품에 엄청난 가격이 붙어도 별로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미술품 없어도 살기 때문이다. 둘째는 대상의 가격이다. 아무리 필수적인 물건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엄청나게 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새 컴퓨터 […]

명사만 바꾸면 되는 이야기 4

이 글은 명사만 바꾸면 되는 이야기의 토막글입니다. 1. A: 항상 느끼는 것인데, 영화 전문 기자들의 영화평은 왜 그렇게 오락영화에 평가가 박할까?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별 4개 이상을 주는 걸 본 적이 없는 거 같애. B: 전문적으로 영화를 평하려면 영화를 굉장히 많이 봐야 하겠지? 바로 그게 문제야.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 눈에는 웬만한 패턴 같은 […]

머나먼 다리

“저 마지막 다리는 너무 멀리 있군요.”1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1. 프로스트 대교(구 아른헴 대교). 이 다리는 1944년 9월, 연합군 공수부대가 탈취해야 하는 다리들 중 마지막 다리였다. 영국군 제 1공수사단이 이 임무를 맡았다. 1944년 9월, 연합군 사령부는 약간 들떠 있었다. 당장이라도 전쟁에서 다 이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프랑스 북부에 상륙할 때만 해도, 연합군은 […]

사다리는 생각하지 마

1. 컴퓨터 언어 중에 함수형 언어라는 게 있다. Lisp, ML, F# 등의 언어가 여기에 들어가는데, 이 언어들은 아주 재미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컴퓨터 전공자들이 이 특이한 언어를 배우느라 고생을 좀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렇게 고생을 해서 배워 놓고서는 강의실 밖으로 가면 이 언어를 안 쓴다는 것이다. 농담 아니고 정말 하나도 안 쓴다. […]

테세우스의 배

일관성, 얼마나 지킬 수 있으십니까? 1. 옛날 옛날, 그리스 남쪽 크레타 섬에는 미노타우르스라는 괴물이 살았다.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이 괴물은 미궁 속에 갇혀 있었는데, 생긴 것만큼이나 식성도 괴이하여 사람의 고기만을 먹었다. 그래서 크레타 사람들은 바다 건너 아테나이 왕국에 해마다 선남선녀 열네 명을 식사거리로 바치도록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일이 계속될 수는 없는 법, […]